여름이 오면 커피가 달라진다
운영자 칼럼

여름이 오면 커피가 달라진다

계절이 바뀌면 마시는 방식뿐 아니라 커피를 대하는 태도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여름이 되면서 아이스 커피로 전환하고, 카페인 타이밍을 조정하고, 추출 방식을 바꾸면서 느낀 것들을 적은 계절 칼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뜨거운 게 싫어진다

봄까지만 해도 아침 드립 커피를 뜨겁게 마시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어느 날 갑자기 '아, 뜨거운 게 싫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날이 왔어요. 드리퍼에 물을 붓다가 '이걸 왜 뜨겁게 마셔야 하지'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날부터 아이스 커피로 전환했습니다. 콜드브루를 담가 두거나, 핫 드립으로 내린 뒤 얼음이 담긴 잔에 바로 부어 마시는 방식이요. 같은 원두인데 온도만 달라졌을 뿐인데 맛이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뜨거울 때는 향이 강하게 올라오고, 차게 마시면 쓴맛이 약해지고 단맛이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카페인 타이밍도 달라졌다

여름에는 카페인을 마시는 시간도 달라집니다. 더운 날 오후에 카페인이 남아 있으면 잠들기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름에는 오전 중에 커피를 마치고 오후에는 차로 전환하는 편입니다. 허브티나 루이보스처럼 카페인이 없는 것으로요.

특히 아이스 캐모마일이나 차갑게 식힌 페퍼민트 티는 여름 오후에 잘 맞습니다. 상쾌한 느낌이 에어컨 없이도 조금 시원한 기분을 만들어줍니다. 같은 허브차라도 차게 마시면 향의 강도가 달라지는 게 흥미롭습니다. 뜨겁게 마실 때보다 페퍼민트의 청량감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콜드브루는 여름의 루틴

여름 홈카페의 핵심은 콜드브루라고 생각합니다. 전날 밤에 원두와 물을 섞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다음 날 아침에 완성됩니다. 뜨거운 물이 필요 없고, 아침에 바쁠 때도 그냥 따라 마시면 되니 훨씬 간편합니다. 추출 중에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을 필요가 없어서 더운 아침에 특히 좋습니다.

콜드브루는 핫드립보다 원두를 조금 더 많이 쓰지만, 농도가 진하게 나오기 때문에 우유나 물을 섞어 희석해 먹을 수 있어 오히려 더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한 번 담가두면 냉장고에서 3~4일은 두고 마실 수 있어서, 매일 아침 내리는 수고를 줄이기에도 좋습니다.

여름 커피의 속도

여름에는 커피를 마시는 속도도 달라집니다. 뜨거운 커피는 천천히 식히며 마시지만, 아이스 커피는 얼음이 녹기 전에 마셔야 한다는 약간의 긴장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 커피는 조금 더 빨리 마시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속도감이 뜨거운 커피와는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계절마다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것이 이 취미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여름이 지나면 또 뜨거운 커피의 시절이 오겠죠. 그때는 그때대로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여름답게, 차갑게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름에 처음 콜드브루를 담갔던 날이 기억납니다. 밤에 원두와 물을 섞어 냉장고에 넣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무심코 열었다가 완성된 콜드브루를 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가 자는 동안 커피가 혼자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날 이후 여름에는 콜드브루가 기본 루틴이 됐습니다. 아침마다 물을 끓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여름 커피를 즐기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은, 같은 원두라도 추출 방식과 온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료가 된다는 점입니다. 핫드립으로 내린 에티오피아 원두와 콜드브루로 우린 같은 원두를 비교해 보면 맛의 결이 눈에 띄게 다릅니다. 여름 덕분에 같은 원두를 두 가지 방식으로 즐기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여름을 핑계 삼아 콜드브루나 아이스 드립을 한 번도 안 해봤다면 이번 여름에 꼭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고, 익숙해지면 겨울에도 아이스로 마시게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커피는 계절과 함께 바뀌는 음료입니다. 그 변화를 따라가 보는 것도 이 취미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올여름도 맛있게, 차갑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정리

  • 여름에는 콜드브루나 아이스 드립으로 전환하면 더운 아침 루틴이 훨씬 간편해집니다.
  • 카페인은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는 허브티나 루이보스 같은 카페인 없는 차로 전환하면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 계절마다 커피와 차를 마시는 방식을 바꿔보는 것 자체가 이 취미의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