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다 보니 달라진 것들
운영자 칼럼

마시다 보니 달라진 것들

홈카페를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홈카페를 시작한 이후 커피와 차를 대하는 방식뿐 아니라 일상의 여러 습관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솔직하게 적은 칼럼입니다.

입맛이 달라졌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입맛이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쓰거나 조금 싱거워도 그냥 마셨는데, 두 달쯤 지나자 '뭔가 아쉽다'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원두 그라인딩 굵기를 조금 바꾸거나 물 온도를 달리 했을 때 느껴지는 차이를 알아채기 시작했어요.

그 감각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편의점 커피를 마시면 '이게 왜 이렇게 쓰지'가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마셨는데요. 좋아진 건지 예민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뭔가가 달라진 건 맞았습니다. 그 변화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취미를 계속하고 있구나'라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침이 달라졌다

홈카페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드리퍼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물을 올리게 됐어요. 물이 끓는 2~3분, 뜸들이는 30초, 천천히 부어 내리는 2분. 총 5~6분의 이 과정이 하루를 시작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그 5분이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정리된 시간이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려가는 커피만 바라보는 시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짧은 루틴이 하루 전체의 시작을 조용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침 핸드폰 사용 시간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

카페에 가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점심 후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게 습관이었는데, 집에서 마신 커피가 맛있으면 굳이 나갈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됐어요. 물론 카페의 공간이나 분위기는 집에서 대체할 수 없지만, '커피 자체'를 위해 카페에 가는 일은 줄었습니다.

대신 원두에 투자하는 금액이 조금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파는 분쇄 원두를 썼지만, 차이를 알고 나서는 소량씩 로스터리 원두를 사게 됐어요. 단가가 오르긴 했지만, 카페 방문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 달 커피 지출이 줄었습니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의 결과였습니다.

커피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카페에 가면 이제 드리퍼 종류나 그라인더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는 그냥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하고 앉아 있었는데, 요즘은 바리스타가 어떻게 물을 붓는지 자연스럽게 보게 됩니다. 직접 해봐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 취미를 하면서 처음 느꼈습니다.

이 변화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모르면 그냥 즐겼을 텐데, 알고 나면 비교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결론은 이쪽이 훨씬 즐겁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심코 마시는 것보다 조금 더 알고 마시는 커피가, 같은 한 잔이라도 훨씬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그 차이가 이 취미를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홈카페를 시작하고 달라진 것들 중에서 가장 뜻밖이었던 것은, 이 취미가 생각보다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두를 고르면서 산지와 가공법을 알게 됐고, 물 온도를 맞추면서 추출 화학에 관심이 생겼고,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계절에 따라 마시는 것을 달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취미 하나가 생활의 여러 부분과 조용히 이어지는 경험이 신기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맛있는 커피를 집에서 마시고 싶다'는 단순한 동기였는데, 반 년이 지나고 보니 그 동기가 상당히 많은 것을 끌어당겼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그 흐름의 일부입니다. 변화가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게 시작한 것들이 쌓여 어느 날 돌아보면 꽤 멀리 와 있는 경우가, 이 취미에서는 자주 일어납니다.

홈카페를 시작하기 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 보면, 커피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카페인 보충 수단이었던 것이, 지금은 하루를 천천히 시작하는 의식이 됐습니다. 그 변화 하나가 나머지를 끌고 온 것 같습니다. 시작이 별것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지금 달라진 것들이 그 증거입니다.

정리

  • 홈카페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입맛이 달라지고, 맛의 차이를 느끼는 감각이 생깁니다.
  • 아침 루틴에 커피 내리는 과정이 포함되면 하루의 시작이 조용하고 정리된 느낌이 됩니다.
  • 카페 지출이 줄고 원두에 더 투자하게 되는 소비 패턴 변화는 많은 분이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